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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으면 죽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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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방진 놈! 나를 우습게보고 있어…두고 보자.’



국무총리 하만은 몹시 자존심이 상했습니다.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재상이 누구던가. 그 누가 왕의 신분이 아닌 다음에 자신에게 고개를 숙이지 않은 자가 있단 말인가. 생각하면 할수록 자존심이 상하여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을 길이 없었습니다. 그때 하급신하 누군가가 냉큼 달려와 하만의 귀에 무어라고 속삭였습니다. 그러자 하만의 얼굴에는 한순간 비열하면서도 잔혹한 미소가 스쳐 지나갑니다. 작은 바람 한 점이 훗날 태풍의 원인이 되는 것처럼 작은 분노 하나가 이토록 끔찍한 재앙을 몰고 오게 될 줄 그 누가 상상했을까요. 유다인 전체를 몰살 시킬 어마어마한 흉계가 하만의 머릿속에서 악마처럼 웅크리고 있었습니다. 그는 모르드개를 제거하면서 눈엣가시 같았던 유대인을 한꺼번에 싹쓸이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여기고 있었던 것입니다.



‘고개를 숙이지 않는 이유가 유일신 하나님을 섬기기 때문이라고? 그렇다면 왕 앞에서도 고개를 숙이지 않겠다는 뜻…스스로 무덤을 파고 있군. 모르드개 이놈!’



결국 하만은 왕을 꼬드겨 온 백성이 오직 왕의 권위를 세운다는 명목을 빌어 일정기간동안 오직 이 나라의 국왕에게만 경배하도록 법령을 만들어 공포하게 만들었습니다. 그것은 모르드개의 강직한 성품으로 잘 알고 있는 하만이 비록 왕의 명령이라고 할지라도 하나님 이외의 그 누구에게도 고개를 숙이지 않을 것을 잘 알고 있었기에 꾸민 흉계였습니다.



이에 그 조서를 역졸에게 부쳐 왕의 각 도에 보내니 십이월 곧 아달월 십 삼일 하루 동안에 모든 유다인을 노소나 어린 아이나 부녀를 무론하고 죽이고 도륙하고 진멸하고 또 그 재산을 탈취하라 하였고 (에3:13)



하만의 흉계로 한순간에 모르드개는 물론 유다인 모두가 속절없이 도륙당하고 진멸될 백척간두의 위기에 처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하만이 간과(看過)했던 결정적 실수가 있었습니다. 바로 왕후 에스더의 존재였습니다. 유다인의 운명이 경각에 이르자 모르드개는 에스더로 하여금 왕 앞에 나설 것을 비장한 마음으로 촉구합니다.



이 때에 네가 만일 잠잠하여 말이 없으면 유다인은 다른 데로 말미암아 놓임과 구원을 얻으려니와 너와 네 아비 집은 멸망하리라 네가 왕후의 위를 얻은 것이 이 때를 위함이 아닌지 누가 아느냐 (에4:14)



“네가 왕후에 오르게 된 이유는 바로 이러한 경우를 위함이었다. 일어나 너와 너의 민족을 구하라.”



그것은 바로 모르드개를 빙자한 하나님의 명령이었습니다. 어릴 때부터 하나님의 말씀으로 자란 에스더는 순종하여, 중보자로 죽음을 각오하고 왕 앞에 나설 것을 결심합니다.



왕의 신복과 왕의 각 도 백성이 다 알거니와 무론 남녀하고 부름을 받지 아니하고 안뜰에 들어가서 왕에게 나아가면 오직 죽이는 법이요 왕이 그 자에게 금 홀을 내어 밀어야 살 것이라 이제 내가 부름을 입어 왕에게 나아가지 못한지가 이미 삼십일이라 하라 (에4:11)



그 당시 나라의 국법상 왕의 부름이 없는데 왕의 안뜰에 함부로 들어가면 비록 왕비라고 할지라도 죽이는 법이 있었습니다. 다만, 왕이 법을 어긴 자에게 금 홀을 내리는 은총을 베풀면 살려줄 수 있었던 것입니다. 에스더 입장에서는 거의 한 달 동안 왕의 부름이 없었던 까닭에 허락 없이 안뜰에 들어가는 일은 섶을 지고 불에 들어가는 형국. 하지만 이미 죽을 각오를 하고 에스더는 만반의 준비를 하고 왕을 만나러 나섭니다.



당신은 가서 수산에 있는 유다인을 다 모으고 나를 위하여 금식하되 밤낮 삼일을 먹지도 말고 마시지도 마소서 나도 나의 시녀로 더불어 이렇게 금식한 후에 규례를 어기고 왕에게 나아가리니 죽으면 죽으리이다 (에4:16)



“하나님께 우리의 마음을 모으는 의미로 모든 유다인을 모아 삼일 밤낮을 먹지도 말라 이르시오. 나도 그렇게 금식한 후, 규례를 어기고 죽기로 마음먹고 안뜰로 가겠어요.”



살고자 하는 자는 죽을 것이며, 죽고자 하는 자는 살 것이라고 했던가. 왕은 안뜰에 무단 침입한 아름다운 여인이 바로 자신의 왕비 에스더임을 확인하자, 더욱 사랑하는 마음이 들어 기꺼이 금 홀을 내밀어 살려주었습니다. 왕은 소원을 물으며 나라의 절반이라도 주겠다는 놀라운 제안을 하지만, 에스더는 아무것도 원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커다란 잔치를 열어 왕과 원수 하만을 초대하여 더욱 감동을 줍니다. 몇 번이고 소원을 물어도 욕심을 부리지 않는 왕후 에스더에게 더욱 매력을 느낀 왕은 우연히 에스더를 알아보려다 죽이려 했던 모르드개의 공적까지도 소상히 알게 됩니다.



왕을 모신 내시 중에 하르보나가 왕에게 이르되 왕을 위하여 충성된 말로 고발한 모르드개를 달고자 하여 하만이 고가 오십 규빗되는 나무를 준비하였는데 이제 그 나무가 하남의 집에 섰나이다 왕이 가로되 하만을 그 나무에 달라 하매 (에7:9)



에스더가 죽을 수밖에 없는 절대 절명의 상황에서 오직 하나님께 맡기고 ‘죽으면 죽으리라’라는 놀라운 믿음을 지녔기에 하나님께서 왕의 마음을 움직이셨던 것입니다. 결국 하나님의 뜻에 따라 에스더가 베푼 연회에 왕과 하만이 오게 하였고, 그 자리에서 하만의 모든 음모가 낱낱이 밝혀지게 된 것입니다. 마침내 하만이 모르드개를 죽이려고 한 나무에 하만이 오히려 달려 죽게 되는 결말을 통해 무엇을 깨우치셨는지요.



여러분은 지금 무엇을 위하여 기도하고 계십니까?
지금 여러분은 자신의 안위만을 위하여 하나님께 간구하고 있지는 않으신지요. ‘죽으면 죽으리라’며 자신의 모든 것을 버리고 나라와 민족을 위해서 기도했던 에스더처럼 우리는 혼란스러움을 겪고 있는 이 나라가 하루속히 하나님의 나라로 이루어지도록 간절히 기도할 때입니다. 자신만을 위한 기도가 아닌 하나님의 나라를 위한 죽으면 죽으리라는 기도를 하는 우리가 되길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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