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10:46~48] 저희가 여리고에 이르렀더니 예수께서 제자들과 허다한 무리와 함께 여리고에 나가실 때에 디매오의 아들인 소경 거지 바디매오가 길가에 앉았다가 나사렛 예수시란 말을 듣고 소리 질러 가로되 다윗의 자손 예수여 나를 불쌍히 여기소서 하거늘 많은 사람이 꾸짖어 잠잠하라 하되 그가 더욱 소리 질러 가로되 다윗의 자손이여 나를 불쌍히 여기소서 하는지라
“뭐야? 이 사람은…”
“에이, 더러운 거지잖아?”
보통의 사람들이었다면 심한 모멸감으로 그 자리를 박차고 어디론가 사라졌겠지만 바디매오는 전혀 개의치 않았습니다. 앞이 보이지 않는 장님 바디매오는 군중 틈을 더듬거리며 헤치고 나아가 보지만 번번이 밀려났습니다. 하지만 바디매오는 절대로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여기저기서 사람들의 웅성거리는 소리만 귓전에 맴돕니다. 그 어디서도 예수님의 향방은 알 길이 없어 답답했습니다. 예수님을 만나고자 하는 열망이 너무나 간절한 바디매오의 입술은 바짝 말라갔습니다.
“나사렛 예수를 만나면 앉은뱅이가 일어나고, 소경이 눈을 뜰 수 있대.”
언제부터였던가, 사람들이 수군거리는 소리를 듣고 바디매오는 처음으로 예수님의 존재를 알게 되었습니다. 우연히 듣게 된 예수님의 소식은 그에게는 한 줄기 빛과 같은 생명(生命)이었으며 곧 삶의 구원이었습니다. ‘내가 앞을 볼 수 있다고?’ 이제껏 살아오면서 상상조차 해보지 못한 꿈같은 일…그에게는 곧바로 혁명(革命)이었습니다. 하여, 예수님을 만나고자 하는 열망으로 하루하루를 살아왔던 그였습니다. 예수님을 알고부터 바디매오의 입과 생각 속에 예수님이 한시도 떠나는 법이 없었습니다.
“저 사람이야. 저 사람이 나사렛 예수래.”
웅성이던 군중들 사이에서 누군가가 외마디로 소리쳤습니다. 군중들은 물결처럼 한쪽으로 쏠려 부산하게 움직였습니다. 군중 틈에 한참을 밀려나 있던 바디매오는 ‘예수’란 소리에 온 몸이 전기에 감전된 듯 몸을 부르르 떨다 정신이 번쩍 들어 무작정 소리쳤습니다.
“예수님! 예수님! 나를 불쌍히 여겨주십시오!”
처절한 외침은 요란한 군중소리에 묻혀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습니다. 주변에 있던 사람들은 그를 측은히 여겨 도와주기는커녕 오히려 힐난하고, 윽박질렀습니다.
“조용히 못해! 어디서 감히…더럽고, 추한 것이.”
하지만 바디매오는 아무것도 두렵지도, 부끄럽지도 않았습니다. 예수를 만나려는 그 열망(熱望)이외는 아무것도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바디매오는 다시 한 번 이를 악물고 마음속으로 다짐했습니다.
‘난, 누가 뭐래도 예수님을 만나고 말거야.’
바디매오는 다시 혼신의 힘을 다해 외쳤습니다.
많은 사람이 꾸짖어 잠잠 하라 하되 그가 더욱 소리 질러 가로되 다윗의 자손이여 나를 불쌍히 여기소서 하는지라 예수께서 머물러 서서 저를 부르라 하시니 저희가 그 소경을 부르며 이르되 안심하고 일어나라 너를 부르신다 하매 (막10:48-49)
“다윗의 자손이시여, 나를 불쌍히 여기소서!”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했던가. 바디매오의 절절한 외침은 소란한 군중의 함성을 뚫고 예수님의 귀에까지 들려왔습니다. 마침내 예수님은 고개를 돌려 자신을 향해 목이 쉬어라고 외치고 있는 소경 바디매오를 바라보았습니다. 예수님은 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습니다.
“바디매오야, 일어나 내게 오거라.”
소경이 겉옷을 내어 버리고 뛰어 일어나 예수께 나아오거늘 (막10:50)
예수님의 목소리는 바디매오의 영혼에 뜨거운 기운으로 흘러들어 마치 몸이 깃털처럼 가벼워지는 것 같았습니다. 예수님은 그에게 정녕 생명이며, 구원이었습니다. 바디매오는 벌떡 일어나 정신없이 달려갔습니다. 얼굴에는 뜨거운 무언가가 줄줄 흘러내렸습니다. 눈물이었습니다. 바디매오는 예수님께 뛰어가면서 더럽고 낡은 겉옷을 힘껏 벗어 던져버렸습니다. 마치 어두웠던 지난날을 모두 모아 날려버리는 것처럼 그지없이 통쾌했습니다. 그에게는 이제 새로운 세상이 열리고 있었습니다.
예수께서 일러 가라사대 네게 무엇을 하여 주기를 원하느냐 소경이 가로되 선생님이여 보기를 원 하나이다 예수께서 이르시되 가라 네 믿음이 너를 구원 하였느니라 하시니 저가 곧 보게 되어 예수를 길에서 좇으니라 (막10:51-52)
“내게 무엇을 원하느냐?”
“선생이시여, 보기를 원합니다.”
“네가 보기를 원하는 것을 이제 보았도다.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다.”
소경 바디매오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무엇을 주고 있습니까?
여기서 ‘보인다.’는 뜻은 단순하게 소경이 육신의 시력을 회복해 세상을 볼 수 있게 되었다는 의미가 결코 아닙니다. 이는 하나의 비유(譬喩)인 것입니다. 앞을 보지 못하는 소경인 바디매오는 말씀을 알지 못했던 세상 사람을 상징한 것이며, 그가 예수님을 만나 눈을 뜨게 된 것의 참다운 의미는 말씀을 알게 되어 하나님 세상을 보게 되는 과정을 그린 것입니다.
예수님이 ‘이리로 오라!’라는 말에 감격하여 육신의 세상인 겉옷을 벗어 던지고 하나님의 세상으로 목숨 걸고 달려왔던 바디매오의 믿음…그 믿음이 바로 여러분의 진정한 믿음이 되어 새로운 세상에 눈이 활짝 열리기를 간절히 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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