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연 돌가루가 삭풍에 실려 한차례 휩쓸고 지나가자, 가파른 경사면에 부조된 석상(石像)처럼 수많은 노예들이 아슬아슬하게 붙어있는 광경이 조금씩 드러납니다. 죽는 순간까지 끊임없이 언덕위로 돌을 굴려야 하는 시지포스의 운명처럼 노예들은 어마어마한 대리석 기둥을 밀고 또 밀었습니다. 그들의 팔 근육에는 팽팽하게 부풀어 오른 푸른 힘줄이 터질 듯 했지만 병사들은 매몰차게 채찍을 휘두릅니다. 채찍이 근육을 파고들 때만 움찔 할 뿐, 그들은 너무나 익숙한 듯 신음소리조차 내지 않았습니다. 오랫동안 잘 길들여진 짐승처럼 곧 다가 올 한끼의 음식을 먹기 위해 하루하루를 연명하는 것이 바로 그들의 숙명이었습니다.
멀리서 그 광경을 바라보던 모세의 눈이 물기로 다시 뿌옇게 흐려졌습니다.
병사가 휘둘러대는 채찍을 따라 그의 마음은 심하게 요동치며 분노로 이글거렸지만, 애써 진정시키며 떨리는 손으로 두 손을 모아 하나님께 기도했습니다.
‘저들을 구원할 힘을 주옵소서.’
모세가 여호와께 고하되 `주여, 나는 본래 말에 능치 못한 자라 주께서 주의 종에게 명하신 후에도 그러하니 나는 입이 뻣뻣하고 혀가 둔한 자니이다` 여호와께서 그에게 이르시되 누가 사람의 입을 지었느뇨 ! 누가 벙어리나 귀머거리나 눈 밝은 자나 소경이 되게 하였느뇨 ! 나 여호와가 아니뇨 ? 이제 가라 내가 네 입과 함께 있어서 할 말을 가르치리라 모세가 가로되 `주여, 보낼만한 자를 보내소서` (출4:10-13)
40년 광야생활을 마친 모세가 애굽에서 이스라엘 백성들을 구하라는 막중한 사명을 받지만, 모세는 몸을 낮춰 극구 사양을 했습니다.
“주여, 저는 말주변도 없는 무능한 자입니다. 감당치 못하겠습니다.”
“내가 누구냐? 나는 여호와니라…내가 너와 늘 함께 있을 것이며, 네가 할 말을 언제나 내가 가르쳐줄 것이다.”
“아닙니다. 주님, 부디 저보다도 사명을 감당할 만한 사람을 보내소서.”
나라의 장관자리가 하나라도 비어 대통령이 후임 장관을 찾고 있다는 소문이 들리기만 하면, 측근에 있던 사람들은 물론 사돈의 팔촌까지 나서서 서로 자신이 적임자라며 ‘저요! 저요!’하고 손드는 세상입니다. 하지만 모세는 하나님이 지정한 그 영광된 자리를 사양한 지극히 겸손한 사람이었습니다.
이 사람 모세는 온유함이 지면의 모든 사람보다 승하더라. (민12:3)
모세가 처음부터 겸양을 갖춘 사람은 결코 아니었습니다. 애굽의 바로 궁에서 온갖 호사와 사치가 몸에 밴 인물이었습니다. 왕의 총애를 한 몸에 받고 자란 그였기에 세상에 거칠 것이 없었겠지요. 또한 모세는 노예를 핍박하는 애굽 병사를 말리다 홧김에 병사를 쳐 죽일 정도로 불같은 성격이었습니다. 그러한 성격의 모세가 어떻게 그토록 겸손하고 온유한 사람으로 변할 수 있었을까요?
애굽 왕족의 풍족한 환경과 권위적인 습성에 젖어 있었던 그를 서서히 변화시킨 것은 40년동안 광야에서 보낸 양치기 생활 덕분이었습니다. 양은 선천적으로 온순한 동물이며 목동에게 절대적으로 순종하는 동물입니다. 심지어 털을 깎다가 살점이 떨어져도 움직이지 않는 인내의 동물이 바로 양입니다. 이렇듯 온순한 양의 습성을 통해 40년동안 살면서 그의 날선 교만과 각진 풍요(豊饒)는 오랜 세월동안 풍화(風化)되어 깎이고 무뎌졌습니다. 어느날, 더 이상 마모될 면도 각진 모서리도 사라지고 부드러워지자 비로소 하나님은 쓸 도구로 그를 선택했던 것입니다.
수고하고 무거운 짐진 자들아 ! 다 내게로 오라 내가 너희를 쉬게 하리라 나는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니 나의 멍에를 메고 내게 배우라 그러면 너희 마음이 쉼을 얻으리니 (마11:28-29)
세상에 부러울 것이 없었던 모세가 모든 권세와 욕망을 버리고 천한 양치기의 삶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그것은 분명 세상과는 비교할 수 없는 어떤 다른 소망(所望)을 보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모세를 변화시킨 그 소망을 예수님은 여러분에게 이렇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세상의 욕심과 욕망을 벗어 버리고 내게 오라. 욕심과 욕망은 영원히 너에게 힘든 짐이 될 뿐이다. 나의 말을 듣고, 깨우치면 너희들은 영원한 쉼을 얻게 될 것이다.”
세상의 생각을 버리고 하늘의 생각을 갖게 하는 힘…그것은 예수님이 한 말씀을 듣고, 깨우치게 되면 분명히 영원한 쉼을 얻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죽음이 없는 세상, 오직 평안만 가득한 세상을 보았다면 그 누가 원하지 않겠습니까? 모세는 바로 그 세상을 알게 된 것입니다. 모든 것을 버리자 비로소 그 세상이 보였던 것입니다.
하나님은 변화되어 준비된 모세를 통하여 430년 동안 애굽에서 노예생활을 하던 이스라엘 백성들을 마침내 해방시키셨습니다. 이처럼 여러분도 예수님과 모세의 마음을 닮아 하나님께 쓰임 받는 귀한 자가 되시기를 간절히 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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