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상17:14-16] 이스라엘 하나님 여호와의 말씀이 나 여호와가 비를 지면에 내리는 날까지 그 통의 가루는 다하지 아니하고 그 병의 기름은 없어지지 아니하리라 하셨느니라 저가 가서 엘리야의 말대로 하였더니 저와 엘리야와 식구가 여러 날 먹었으나 여호와께서 엘리야로 하신 말씀 같이 통의 가루가 다하지 아니하고 병의 기름이 없어지지 아니하니라
한 걸음 옮길 때마다 절망 같은 흙먼지가 풀풀 일었습니다.
무너진 토담집 옆에 쪼그려 앉은 한 아이가 지나가는 엘리야를 무심히 바라보다 깨어져 반쪽만 남은 항아리를 바라봅니다. 그 속엔 먹을 식량 대신, 흙먼지만 소담하게 쌓여 있습니다. 아이는 힘이 없는지 무릎에 얼굴을 기댄 채 먼지더미를 보다 언뜻 미소가 피었습니다. 천진해야 할 아이의 미소가 어떻게 저렇듯 애잔할까… 아이의 미소는 한 때의 풍성했던 음식을 꿈꾸다 떠올린 한 자락 꿈이었을까.
3년여의 가뭄은 피를 말리고, 나무를 말리고, 땅을 말렸습니다. 저주는 살아있는 모든 것을 천천히 잔혹하게 말려갔습니다. 세상에 남아 있는 물기란 물기는 남김없이 아수라처럼 빨아들였습니다. 이미 영혼마저도 빼앗겨 버린 것 같은 일단의 아이들이 유령처럼 떠다니다 누런 흙탕물에 고개를 박고 있습니다. 엘리야는 눈을 질끈 감고 애써 외면합니다.
‘아아, 하나님…’
우상 ‘바알’ 신을 섬기는 <아합>왕을 징벌코자, 엘리야를 통해 이 땅에 최악의 가뭄을 주신 하나님이었습니다. 이 일로 <아합>왕의 원성을 산 엘리야는 보복을 피하고자 요단강 지류인 샛강 그릿에 숨어들었습니다. 하지만 샛강 그릿도 거북등처럼 쩍쩍 갈라지며 바닥이 허옇게 드러날 때, 엘리야는 하나님의 음성을 들었습니다.
“엘리야야, 너는 사르밧에 있는 과부에게로 가라.”
저가 일어나 사르밧으로 가서 성문에 이를 때에 한 과부가 그곳 에서 나무 가지를 줍는지라 이에 불러 가로되 청컨대 그릇에 물을 조금 가져다가 나로 마시게 하라 저가 가지러 갈 때에 엘리야가 저를 불러 가로되 청컨대 네 손에 떡 한 조각을 내게로 가져오라 (왕상17:10-11)
사르밧 입구 성문(城門)은 낡고, 초라했습니다.
추색이 가득한 사르밧 산자락에서 한 여인이 쓸쓸히 땔감을 줍고 있습니다. 그녀가 바로 하나님이 일러준 과부였습니다. 엘리야는 과부에게 말합니다.
“먼저 내가 마실 물과 먹을 떡을 가져 오너라.”
질박한 과부의 삶을 살아온 그녀…처음에 그녀는 엘리야의 말에 냉소합니다.
저가 가로되 당신의 하나님 여호와의 사심을 가리켜 맹세하노니 나는 떡이 없고 다만 통에 가루 한 움큼과 병에 기름 조금 뿐이라 내가 나무 가지 두엇을 주워 다가 나와 내 아들을 위하여 음식을 만들어 먹고 그 후에는 죽으리라 (왕상17:12)
“내게 떡은 없고, 통에 약간의 가루와 병에 든 기름 한 종지뿐입니다. 마지막 남은 이 재료로 음식을 만들어 나와 내 아들이 나누어 먹고 이제 죽을 것입니다.”
무서운 가뭄과 편견이 가득한 핍진한 삶을 살아온 그녀에게 남은 마지막 먹 거리마저 달라고 요청하는 엘리야를 보며, 그녀 입장에서는 참으로 어이가 없었겠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엘리야는 천연덕스럽게 과부가 먹고, 죽겠다 한 그 남은 음식마저 달라 청합니다.
엘리야가 저에게 이르되 두려워 말고 가서 네 말대로 하려니와 먼저 그것으로 나를 위하여 작은 떡 하나를 만들어 내게로 가져 오고 그 후에 너와 네 아들을 위하여 만들라 (왕상17:13)
“겁먹지 말고, 내 시키는 대로 하여라. 먼저 나를 위해 떡을 하나 만들고, 그 후에 너와 네 아들을 위해 만들어 먹도록 해라.”
보통의 여인이었다면, 이런 뻔뻔하고 염치없는 자를 보고 온갖 욕설과 저주를 퍼부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여인은 깨달은 듯, 총기 있는 눈을 빛내며 아낌없이 마지막 생명의 양식을 엘리야에게 대접합니다. 그녀는 엘리야가 하나님이 보내신 선지자임을 알아보는 선견(先見)의 눈이 있었던 것입니다.
먹고 남은 잉여의 양식이 아니라, 자신이 먹어야 할 마지막 생명의 떡을 자신이 보낸 선지자 엘리야에게 기꺼이 준 과부의 믿음을 하나님은 이미 아셨던 것입니다. 그런 까닭에 하나님은 그녀에게 엘리야를 보냈고, 마침내 죽을 수밖에 없었던 사르밧 과부의 생명을 구하고, 축복까지 주신 것입니다.
이스라엘 하나님 여호와의 말씀이 나 여호와가 비를 지면에 내리는 날까지 그 통의 가루는 다하지 아니하고 그 병의 기름은 없어지지 아니하리라 하셨느니라 (왕상17:14)
비가 오는 그 날까지, 하나님은 과부의 양식 통에 가루를 가득 채웠으며 병에는 기름이 떨어지지 않는 축복을 사르밧 과부에게 내려 주셨습니다.
가뭄으로 생명이 고갈되는 그때에도 하나님은 버릴 자와 구할 자를 구별하여 선지자를 보내 생명을 구하셨던 것입니다. 사르밧 과부는 가뭄의 엄청난 고통 중에도 하나님을 경외하고 섬기는 영혼을 가진 여인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하나님의 말씀이 가뭄인 이 시대에 마음을 다해 주님을 섬기는 사르밧 과부처럼…그리고 하나님이 보낸 선지자를 알아보는 선견(先見)의 눈을 소유하여 생명을 얻은 것처럼 여러분도 하나님의 택함을 받아 생명과 축복을 가득 받기를 간절히 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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