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18:21-23)그 때에 베드로가 나아와 가로되 주여, 형제가 내게 죄를 범하면 몇 번이나 용서하여 주리이까 ? 일곱 번까지 하오리이까 ? 예수께서 가라사대 네게 이르노니 일곱번뿐 아니라 일흔 번씩 일곱번이라도 할지니라 이러므로 천국은 그 종들과 회계하려 하던 어떤 임금과 같으니
이른 아침의 물웅덩이에 뜬 수련이 잠든 것처럼 고요합니다. 밤새 물이 쏟아 낸 숨결은 안개처럼 낮게 수면을 유영합니다. 다양한 색의 입자를 품은 물빛은 가만히 숨죽이며 떠오를 태양을 기다립니다. 바위에 걸터앉아 사색하던 예수님을 일깨운 것은 베드로였습니다. 형제들과 다투었는지, 베드로는 이른 아침부터 울상입니다.
“예수님 ! 원수도 사랑하라 말씀하셨는데 저는 형제와 다투어도 화가 잘 안 풀립니다. 형제가 제게 죄를 범하면 몇 번이나 용서해야 합니까? 한 일곱 번 정도면 되겠습니까?”
대답대신 특유의 미소로 제자를 맞이하는 예수의 하얀 치아가 물빛에 반사 되어 더욱 싱그러워 보였습니다. 실바람에 흔들리는 물그림자에 예수의 얼굴이 너울거립니다.
“일곱 번이라 했느냐? 일곱 번이라… 일곱이 아니라 일흔 번씩 일곱 번이라도 용서해야지… 천국의 비밀을 아는 자가 어찌 세상의 죄 정도를 용서하지 못하겠느냐? 천국은 그 종과…”
예수는 ‘빚을 탕감 받은 어떤 종 이야기’를 들려주기 시작했습니다. 목자의 주위에는 언제나 순한 양들이 모이듯 식사를 끝낸 제자들이 하나 둘씩 예수의 주변에 둘러앉습니다.
갚을 것이 없는지라 주인이 명하여 그 몸과 처와 자식들과 모든 소유를 다 팔아 갚게 하라 한 대 그 종이 엎드리어 절하며 가로되 내게 참으소서 다 갚으리이다 하거늘 그 종의 주인이 불쌍히 여겨 놓아 보내며 그 빚을 탕감하여 주었더니 (마18:25-27)
영혼의 귀를 곧추세운 제자들이 온 마음을 예수의 음성과 모습에 몰입하자 주변의 풍광(風光)도 소리도 더 이상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았습니다.
“주인에게 일만 달란트를 빚진 종이 있었지. 그런데 어느 날 임금이 갑자기 칙령을 내리길 ‘빚진 자는 모든 소유를 다 팔아 빚을 갚으라.’했어 빚을 갚을 능력이 없던 종은 자신의 몸은 물론이거니와 심지어는 아내와 자식들까지 팔아야만 하는 딱한 처지에 놓이게 된 것이야.”
풀밭 사이로 물잠자리가 가는 연기처럼 제자들의 눈길 사이를 헤집고 다녀도 때론 물에 반사된 빛살에 눈이 부셔도 제자들은 여전히 바위처럼 미동조차 않았습니다. 이야기는 물 흐르듯 계속 이어졌습니다.
“일만 달란트를 빚진 종은 주인에게 조금만 기한을 연기해 달라며 애원을 했지. 무슨 마음이 들었는지 주인은 갑자기 종이 측은해보여 일만 달란트를 모두 탕감해 주었어. 기한만 연기해줘도 황감한 일이었는데 빚을 모조리 탕감해 주었으니 얼마나 기뻤겠는가. 빚을 탕감 받은 그는 너무 기뻐 이 소식을 아내에게 전하려고 집으로 부리나케 가던 중에 우연히 자신에게 일백 데나리온을 빚 진 동관을 만나게 되었지.
주인으로부터 <일만 달란트>를 탕감 받은 종은 자신에게서 조금 전에 받은 탕감 액수의 백분의 일도 채 되지 않는 <일백 데나리온>을 빌려간 동관을 만났을 때, 그는 과연 어떻게 처신을 했겠는가?”
그 종이 나가서 제게 백 데나리온 빚진 동관 하나를 만나 붙들어 목을 잡고 가로되 빚을 갚으라 하매 그 동관이 엎드리어 간구하여 가로되 나를 참아 주소서 갚으리이다 하되 허락하지 아니하고 이에 가서 저가 빚을 갚도록 옥에 가두거늘 (마18:28-30)
예수의 물음에 한 제자가 눈을 빛내며 재빨리 말했습니다.
“당연히 탕감해 주었겠지요. 탕감 받은 돈에 비하면 채 백분의 일도 안 되는 푼돈이지 않습니까?”
예수님은 잠시 생각에 잠기시다 다시 말을 이었습니다.
“그러나 인간의 탐욕은 영혼을 갉아 먹는 무서운 전염병과 같은 것이야. 종은 자신에게 사정하는 동관을 거들떠보지도 않은 채, 판관에게 고해 옥에 가두었다네. 그러자 모든 것을 지켜보았던 동관의 한 동료가 그의 몰인정한 처사가 괘씸하여 종의 주인에게 모든 사실을 일러바쳤지. 그 이야기를 모두 듣게 된 주인은 종의 처신이 너무도 몰염치하단 생각이 들자 다시 그 종을 부러 탕감해주겠다는 말을 취소하고 일만 달란트를 갚을 때까지 옥에 가두고 말았다네.”
이야기를 마친 예수님은 제자들의 모습을 천천히 둘러보고는 어둠속에서 빛을 밝히든 낮게 말했습니다.
“천국은 바로 이와 같으리라.”
이에 주인이 저를 불러다가 말하되 악한 종아 네가 빌기에 내가 네 빛을 전부 탕감하여 주었거늘 내가 너를 불쌍히 여김과 같이 너도 네 동관을 불쌍히 여김이 마땅하지 아니하냐 하고 주인이 노하여 그 빚을 다 갚도록 저를 옥졸들이게 붙이니라 (마18:32-34)
여름의 빛이 수련의 생명을 자극해 봉오리 진 꽃들을 서둘러 피울 것입니다. 날이 저물어, 대기의 빛이 모두 스러지면 수련들은 꽃잎을 오므리고 밤을 맞이 할 것입니다. 밤이 오기 전에 빛을 조금이라도 더 받으려 서두는 수련(睡蓮)처럼 예수님이 전해준 이야기를 듣고 꼭꼭 가슴에 품어 소중한 천국의 불씨를 피워냈습니다.
너희가 사람의 과실을 용서하면 너희 천부께서도 너희 과실을 용서하시려니와 너희가 사람의 과실을 용서하지 아니하면 너희 아버지께서도 너희 과실을 용서하지 아니하시리라 (마6:14-15)
종은 주인으로부터 커다란 죄를 용서함 받고서도, 자신은 아주 작은 죄조차 용서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그를 <악한 종>이라고 정의하였습니다. 바로 이런 자가 천국에 가지 못한다고 하신 것입니다. 무려 <일만 달란트>나 되는 큰돈을 탕감 받은 자가 겨우 <일백 데나리온>밖에 되지 않는 작은 돈조차 탕감해주지 못하는 마음… 그 작은 돈을 탕감해주었다면 종은 분명 일만 달란트의 빚은 탕감 받을 수 있었을 것입니다.
누군가가 여러분에게 지은 죄가 있어 간절히 용서해 달라고 한다면 여러분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예수님은 우리에게 어떤 대답을 원하실까요?
‘모두 용서하라’
그 한마디입니다. 왜 그래야 합니까? 왜냐하면 여러분은 예수님으로부터 <일만 달란트>로 비유된 <죄>를 탕감 받았기 때문입니다. 그 죄의 댓가는 사망(死亡)인데 그것을 예수님으로부터 탕감 받은 여러분인 것입니다. 그런 까닭에 여러분은 <일백 데나리온>으로 비유된 작은 과실조차 용서하지 못한 다면 <악한 종>처럼 결단코 천국에 갈 자격이 없다는 것입니다.
형제에게 비록 잘못이 있더라도 일곱 번이 아니고 일흔 번의 일곱 번… 아니, 무한정 용서하라는 예수님의 명령인 것입니다. 도무지 용서하기 힘겨운 상황에서도 예수님은 우리의 모든 죄를 안고 돌아가신 것처럼 여러분도 형제의 잘못을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꺼이 용서할 줄 아는 귀한 자가 되시기를 간절히 원합니다.
ⓒGOODTV Corporatio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