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교계 결산 ②] 멀고도 험난한 ‘연합’의 길
김민정 (atcenjin@newsmission.com) l 등록일:2012-12-30 16:39:06 l 수정일:2012-12-31 12:39:45
2012년 한국교회는 사회의 거센 질타와 끊이지 않는 내홍으로 ‘만신창이’의 아픔을 고스란히 겪어내야 했다. 진정한 ‘희망’을 사회에 선물할 수 있는 교회를 꿈꾸며 올 한 해 교계를 결산해 봤다.
‘막장총회’라는 오명 쓴 예장합동의 파행
지난 9월 대구 성명교회에서 개최된 예장합동 제97회 총회는 용역 동원과 가스총 등장, 언론 차단도 모자라 총회장의 기습적인 파회 선언이라는 초유의 사태 속에서 끝이 났다. 정준모 총회장의 노래주점 출입 의혹 및 황규철 총무 해임에 관한 긴급동의안이 상정된 상태에서 벌어진 졸속 파회였다.
이에 800여 명의 총대들을 중심으로 비상대책위원회가 조직됐고, 이들은 집행부를 상대로 총회장 불신임과 총무 해임, 비상총회 소집 등을 주장하며 총회 정상화를 위한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여기에 100여 곳이 넘는 전국의 각 노회와 전국장로교연합회 등이 힘을 보태면서 지지 세력은 점차 확산됐다.
임원회와 비대위의 대립각 속에서 총회 혼란은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총회장과 임원들 간의 갈등으로 임원회도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또한 총회장이 노래주점 의혹을 보도한 언론사를 고소하겠다고 나서는 등 법적 공방이 예고되기도 했다.
이처럼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던 정준모 총회장이 지난 27일에는 황규철 총무와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노래주점 출입과 함께 도우미를 만난 사실을 인정하며 관련 의혹들을 해명했다. 하지만 여전히 총회장 불신임과 총무 해임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러한 가운데 비대위가 다음달 3일 전국 노회장들과 함께 비상총회를 결의하기로 해, 또 한 번 논란이 일 전망이다.
하나 되는 장로교를 꿈꾸며…‘한교단 다체제’ 선언
장로교 총회 설립 100주년이었던 올해, 분열됐던 장로교단의 연합을 도모하는 움직임들이 관심을 모은 가운데 한국장로교총연합회는 총회 설립 100주년 대회와 함께 ‘한교단 다체제’ 확립을 위한 의미 있는 걸음을 내디뎠다.
이들은 한교단 다체제를 위한 ‘연합총회’ 헌법을 마련, 두 차례의 공청회를 통해 교계 여론을 수렴했으며 ‘선(先)선언 후(後)조직’의 순서를 따라 100주년 대회에서 한교단 다체제의 출발을 공식 선언했다. 이제 각 교단별로 총회를 거쳐 수락한 후 회원이 되는 절차만 남은 것이다.
연합총회 헌법은 각 교단의 정체성과 헌법을 훼손하지 않는 것을 기본 전제로 하고 있다. 각 교단의 현 교회정치와 총회는 그대로 두고 총회 다음 단계로 ‘연합총회’를 신설하되, 각 총회에서 청원한 안건과 국내외 연합사업 등 대외적인 사업만을 수행하는 것으로 규정했다. 권징조례와 관련해서도 각 총회가 최종적인 권위를 가지며, 연합총회는 총회와 총회 사이 및 각 총회가 해결하지 못한 사안에 대해 최종적인 심의와 판결 및 헌법 해석 기관이 된다.
또한 한장총은 100주년 기념사업으로 ‘장로교의 날’과 100주년 대회 행사를 비롯해 사진전과 합창제, 학술대회 그리고 다큐멘터리 제작 등을 진행했다. 교단으로는 예장합동과 예장통합이 총회 100주년을 기념하는 다양한 행사들을 펼쳤다.
‘종교차별’ 논란 일으킨 종자연 사태
이명박 정부가 가장 골머리를 앓은 사회 현안을 꼽으라면 아마도 ‘종교편향’ 문제를 들 수 있을 것이다. 이 가운데 국가인권위원회가 ‘종교차별 인권침해 실태조사’를 위한 연구용역 단체로 불교 유관기관인 종교자유정책연구원(이하 종자연)을 선정한 사건은 개신교의 거센 반발에 부딪치며 파장을 일으켰다.
종자연은 불교시민단체인 참여불교재가연대가 설립을 발의해 만들어진 단체로 공동대표를 비롯해 대다수 임원이 불교 인사로 구성돼 있다. 특히 이 단체가 그동안 친불교단체임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미션스쿨과 대형교회, 공직사회 등을 주요 타깃으로 삼아 안티 기독교 여론을 조성하는 등 기독교를 공격해 온 것이 알려지면서 교계에 충격을 주기도 했다.
한국교회언론회, 미래목회포럼, 한국기독교공공정책협의회 등 교계 기관들과 교단들이 성명을 통해 용역 취소를 촉구했지만 인권위는 “용역 선정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입장을 철회하지 않았다. 급기야는 종교편향기독교대책위까지 조직되며 교계가 대응 방안을 고심했지만, 지난 11월 종자연의 설문 조사를 시작으로 연구 용역은 강행됐다.
실제로 설문 내용에는 ‘종교교육의 선택권’을 명분 삼아 미션스쿨의 종교행사를 부정적으로 인식하게 하거나 종교다원주의를 지지하는 문항들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우려를 낳고 있다. 이에 대책위는 “이번 설문조사는 종교사학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기독사학을 말살시키겠다는 의도”라며 강력하게 대처해 나갈 것을 밝히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WCC 찬반 논쟁 뜨거워
2013년 부산에서 개최되는 세계교회협의회(WCC)를 둘러싼 찬반 논쟁도 올 한 해를 뜨겁게 달궜다. 교단별로는 예장통합ㆍ감리교ㆍ기장ㆍ성공회는 ‘찬성’, 예장합동ㆍ고신ㆍ백석ㆍ대신ㆍ기침 교단은 ‘반대’하는 입장이다. 연합기관으로는 한기총이 WCC반대대책위원회를 조직, 강력한 반대 의상을 표명하고 있다.
반대 측이 “종교다원주의와 종교혼합주의를 표방하는 WCC는 한국교회 신앙과 상반된다”고 주장하는 반면 찬성 측은 “WCC가 지극히 복음적인 교리에 입각하고 있으며, 종교다원주의와 자유주의 신학을 추구한다는 것은 오해”라고 주장한다.
이처럼 교단별로 입장이 극명하게 갈리면서 다양한 학술행사를 통해 찬반 논쟁이 가열됐다. 양측이 모두 참여하는 끝장토론이 기획되기도 했으나, 찬성 측의 불참으로 무산된 바 있다.
총회 개최가 1년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WCC 준비위원회는 조직을 확대 개편,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7월 사임 의사를 밝혔던 김삼환 목사가 대표대회장으로 복귀한 것을 시작으로, 준비위원회 규모를 5천여 명으로 대폭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WCC 제10차 부산총회는 ‘생명의 하나님, 우리를 정의와 평화로 이끄소서’라는 주제로 2013년 10월 30일부터 11월 8일까지 부산 벡스코에서 개최된다.
탈북민 강제북송 “더 이상은 안 돼!”…교계 힘 모아
그동안 몇몇 시민단체들이 주축이 돼 산발적으로 이뤄져 왔던 ‘탈북민 강제북송 반대’ 운동에 한국교회가 힘을 모았다.
지난 2월 중국 공안당국에 체포된 34명의 탈북자들이 강제북송 될 위기에 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한기총 인권위원회와 기독교사회책임, 한국기독교시민단체협의회 등은 반대 집회를 열었다. 대구와 부산 등 지방 곳곳에서도 반대 운동이 일어났다.
지난 6월에는 교계 인사들과 단체들이 연합해 ‘탈북난민북한구원한국교회연합(이하 탈북교연)’이라는 단체를 창립했다. 탈북난민 북송반대를 위한 세계한인교회연합이 결성되기도 했다. 한국교회가 더 이상 이 문제를 좌시해선 안 된다는 절박한 필요성이 결실을 맺은 것이다.
탈북교연은 탈북난민 강제북송에 반대하는 천만인 서명운동과 국제컨퍼런스 등을 진행하는 한편 전 세계 협력단체와 함께 강제북송 반대집회를 개최, 세계인들의 관심과 참여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탈북자를 돕다가 지난 7월 체포된 전재귀 목사 석방촉구집회도 열었다. 전 목사는 159일 만인 지난 14일 보석으로 풀려났다.
지난 10월에는 3000인 목사단, 장로단, 여성지도자단이 결성돼, 탈북민 북송 반대 운동이 강력한 지지 기반을 갖추게 됐다. 이러한 노력 때문인지 지난 11월 27일 유엔 총회 제3위원회는 북한인권 상황의 심각성을 담은 ‘북한인권결의안’을 표결 없이 합의 처리했으며, 유엔 총회 본회의 역시 지난 20일 이 안을 합의 채택했다. 8년 연속 공식 채택된 북한인권결의안이 제3위원회와 본회의 모두 표결 없이 통과한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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