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식 칼럼] 실천하였는가?
신동식 (목사. 빛과소금교회 담임, 기윤실 생활신앙실천운동본부장) l 등록일:2012-12-31 13:31:18 l 수정일:2012-12-31 14:04:36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밖에는 눈이 내리고 있습니다. 상처 난 곳곳이 하얀색으로 덮어집니다. 그리고 새로운 모습으로 자신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순백의 자태가 눈앞에 보이고 있습니다.
붉은 가로등과 조화를 이루는 눈의 향연은 그 자체로 황홀합니다. 창문 사이로 보이는 작은 공원은 고요한 적막만이 흐르고 있습니다. 마치 내리는 눈이 그칠 때까지 말없이 지키는 호위무사와 같습니다.
어제는 2012년 마지막 금요 세미나 및 기도회였습니다. 많은 숫자는 아니지만 한해를 마감하는 기도회를 가졌습니다. 서로에게 있었던 하나님의 은혜와 감사할 일에 대해 나누었습니다. 저마다의 삶의 모습은 다르지만 하나님을 향한 감사는 동일했습니다. 감사가 있다는 것은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삶에서 경험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사실 신앙생활이 오래되면 못된 습성이 하나 생기는데 순전함이 희미해집니다. 어린 아이와 같은 순수한 마음으로 하나님께 기도하고 성도들과 나눔을 하는 일을 기피합니다. 때로는 무시하기까지 합니다. 그것은 어린 아이들이나 하는 것이지 우리가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가장 기본적인 것을 소홀히 합니다. 예배와 기도하는 일에 전심전력하지 않습니다. 절실한 마음으로 감당하지 않습니다.
예수님께서 “이 어리 아이와 같지 않으면 하나님 나라에 올 수 없다”고 말씀하신 것은 다른 사람을 위해 한 말씀이 아니라 바로 우리를 향한 말씀입니다. 어린 아이와 같은 신앙이 필요합니다.
이는 미성숙한 믿음을 말하지 않습니다. 순전한 신앙을 의미합니다. 기본적인 신앙을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것을 의미합니다. 거짓 없는 신앙을 의미합니다. 하나님의 말씀에 대해 추호도 의심하지 않는 믿음을 의미합니다. 나의 지식에 의존하는 신앙이 아니라 하나님의 권위에 순종합니다. 그리고 가장 아름다운 것은 작은 선물에도 기뻐하고 감사하고 행복해합니다. 예수님은 이러한 신앙을 가진 자가 반드시 천국에 이를 것이라고 말씀합니다.
한 해를 마감하면서 새해에 가졌던 기도의 제목이 생각났습니다. 실천하는 그리스도인이 되자는 기도였습니다. 입술만의 신앙이 아니라. 교회 안에 갇혀 있는 신앙이 아니라 삶의 현장에서 울고 웃는 신앙이 되고자 했습니다.
학생들이 제대로 공부했는지 확인하기 위한 장치가 시험입니다. 시험을 통해 평가를 받을 수 있습니다. 이처럼 우리가 배우고 훈련받은 신앙을 바르게 평가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실천입니다. 실천적 신앙은 우리로 하여금 문자에 머물게 하지 않습니다. 굳은 신앙을 만들지 않습니다. 실천은 하나님의 살아 계심을 삶속에서 증거하는 일입니다.
그래서 주님은 말씀하시기를 너의 선행을 통해 믿지 않는 사람들이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게 해야 함을 강조했습니다. 사도 요한은 주의 말씀을 읽는 자와 듣는 자들과 그 가운데 기록한 것을 지키는 자들이 복이 있다고 했습니다(계 1:3). 복 있는 사람은 실천하는 신앙인입니다.
오늘날 교회가 세상으로부터 신뢰를 받지 못하는 것은 복음 때문이 아닙니다. 실천 때문입니다. 복음이 삶으로 살아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용서하라는 설교를 하면서도 용서하지 못하는 모습 때문입니다. 정직하라고 전하면서 편법을 쓰는 행위 때문입니다. 가난한 이들을 섬기고 사랑하라고 하면서 나눔을 실천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복음이 우물 안에서만 메아리치는 것입니다. 사람들이 들어야 하는데 듣지 못하고 있습니다. 보아야 하는데 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교회는 세상에서 외면당한 것입니다.
수준 높은 신앙은 수준 높은 지식에 있지 않습니다. 상식적인 신앙을 가지고 변함없이 살아가는 것이 수준 높은 신앙입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고급스러운 모습이 아니라 상식적인 신앙입니다. 상식적인 신앙은 인격적인 신앙이고 인격적인 믿음은 실천하는 믿음입니다.
“실천했는가?”의 질문 앞에 우리는 정직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대답에 큰 소리로 화답할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의 대답은 어떻습니까?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면 들릴 때까지 열심히 달려야 합니다.
우리는 이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실천은 믿음의 열매입니다. 실천은 성령의 일하심입니다. 실천은 교회를 견고하게 합니다. 실천은 하나님을 영화롭게 합니다. 실천은 복 있는 사람이 되게 합니다.
눈이 소복이 쌓였습니다. 아무 발자국도 없는 길을 봅니다. 누군가는 그 곳에 흔적을 남길 것입니다. 2012년이 아닌 2013년의 눈길 위에 멋진 길을 만들어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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