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교계 결산 ①] 목회자가 바로서야 교회 회복된다
김민정 (atcenjin@newsmission.com) l 등록일:2012-12-27 19:13:53 l 수정일:2012-12-28 20:02:58
2012년 한국교회는 사회의 거센 질타와 끊이지 않는 내홍으로 ‘만신창이’의 아픔을 고스란히 겪어내야 했다. 진정한 ‘희망’을 사회에 선물할 수 있는 교회를 꿈꾸며 올 한 해 교계를 결산해 봤다.
추락할 대로 추락한 ‘목회자 윤리’…목회자윤리위원회 출범
2012년은 목회자들을 향한 사회의 시선이 그 어느 때보다 차갑고 날선 한 해였다. 성추행, 재정 횡령, 세습 등으로 목회자의 윤리의식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거셌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가 지난달 출범시킨 ‘한국교회목회자윤리위원회’는 교계 지도자들이 목회자 윤리 문제를 공론의 장으로 끌어내 건강한 해결책을 모색하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주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이들은 목회자들이 교회와 사회를 섬기기 위해 반드시 지켜야 할 10개 항목을 정리, ‘목회자 윤리선언’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금권선거 하지 않기 △순결운동에 앞장서기 △정직 근면할 것 △검소와 절제 실천하기 △교회의 민주적 운영 △세습 근절 △투명한 재정 운영 △양적 성장주의 지양 △말씀과 기도에 힘쓸 것 △타종교 존중 등이 포함돼 있다.
하지만 ‘범교단적 운동’을 표방한 목회자윤리위원회의 결연한 취지가 얼마만큼의 파급 효과로 이어질지는 아직 미지수다. 법률적인 구속력이 없는 시스템으로는 ‘빛 좋은 개살구’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기 때문. 따라서 각 교단 대표로 위촉된 윤리위원들의 역량 결집이 관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와 관련 예장합동 신학부는 지난 7월 목회자 윤리강령을 제정키로 뜻을 모으고 9월 총회에서 그 초안을 공개했다. 도덕 불감증에 빠진 한국교회 목회자들을 위해 윤리강령이 시급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 그러나 총회 파행으로 다뤄지지는 못했다.
세습 비난 여론 봇물…감리교 세습방지법 통과로 ‘일대 파란’
주요 대형교회들의 권력 대물림이 연이어 이슈가 되면서 ‘세습’ 비난 여론이 사회 전반에 강하게 휘몰아쳤다. 세습 문제는 오래 전부터 교회 사유화 논란과 맞물리면서 한국교회의 오랜 병폐로 지적돼 왔지만, 올해는 사회적 반감이 유난히 컸다.
도화선 역할을 한 것은 대형교회 세습 1호 충현교회 설립자인 김창인 목사(95)의 세습 회개 발언이었다. 그는 지난 6월, 아들 김성관 목사를 후임 목사로 세운 것이 ‘일생일대의 실수’라며 “하나님께 큰 잘못을 저질렀다”고 고백했다.
이후 세습을 법으로 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왔고, 급기야 감리교가 지난 9월 25일 임시입법의회에서 교단 최초로 ‘세습방지법안’을 통과시키며 교계 안팎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감리교는 이 법안을 통해 △부모와 자녀 또는 자녀의 배우자가 연속해서 동일교회의 담임자가 될 수 없고 △부모가 장로인 경우에도 자녀 및 자녀의 배우자가 부모가 출석하는 교회에 담임자가 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에 반발하기라도 하듯 지난 10월 7일 왕성교회는 공동의회에서 길자연 목사의 아들 길요나 목사를 후임으로 확정, 비난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이에 앞서 한국기독교총연합회도 “직계 자손이라 할지라도 청빙된 교회의 후임으로 가는 일은 절대적인 하나님의 부르심과 본인의 소명에 있을 뿐”이라며 세습을 지지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습 반대 움직임은 교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 교회개혁실천연대, 바른교회아카데미는 지난달 ‘교회세습반대운동연대(이하 세반연)’를 출범시켰다. 일찍이 세습과의 전면전을 선포하며 세반연 출범을 주도한 김동호 목사(높은뜻연합선교회)는 교회 세습은 ‘상식’의 문제라며 “세습 반대 운동을 통해 새로운 교회개혁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도 교회 공공성 회복을 표어로 삼고 세습반대운동에 적극 나서고 있고, 예장통합도 일부 노회가 별도의 연구위원회를 구성해 법안 마련을 고심 중이다.
언제부턴가 교회 규모를 불문하고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세습. 사회적 신뢰 회복을 위해 막아야 한다는 입장이 있는 반면 무조건적으로 반대하는 것은 역차별이 될 수 있다는 반발도 만만치 않다. 또한 법적으로 차단한다 하더라도 편법에 대한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는 없다. 당분간은 한국교회의 상당한 진통이 예상되는 대목이라 하겠다.
공공연한 성역 ‘성직자 과세’도 공론의 장으로
오랫동안 ‘성역’처럼 여겨져 왔던 성직자 납세 문제도 수면 위로 올라왔다. 일부 목회자들이 각종 비리와 불미스러운 사건 등으로 물의를 빚으면서 교회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요구가 한층 높아진 것이 주요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지난 3월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2013년 세제 개편안에 종교인 과세를 포함시키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혀, 이 문제를 본격 쟁점화했다. 종교 활동의 성격에 따라 경비 문제 등을 감안해 단계적으로 진행하겠다는 전제 조건을 달긴 했지만, 논란을 피할 수는 없었다.
물론 종교인 과세 문제가 화두로 떠오른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990년대부터 한기총과 교회협 등 연합기관을 중심으로 찬성과 반대가 팽팽하게 맞서 왔다. 한기총 등 반대 측은 “성직자를 근로자로 보는 것은 잘못된 시각이며, 종교 활동의 특별한 성격이 고려돼야 한다”고 주장했고, 교회협 등 찬성 측은 “목회자가 납세를 통해 공공성 회복에 앞장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목회를 노동의 개념으로 적용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인식이 팽배했기 때문에 공론화까지는 미치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면서부터는 교계 곳곳에서 종교자 과세를 찬성하는 자발적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다. 처음으로 이 문제에 관한 논의를 공식화한 교회협이 세금납부운동을 천명했고, 자발적 납부를 실천하는 중대형 교회 목회자들도 늘어나고 있다.
또한 팽팽하게 맞섰던 찬반 입장도 ‘목회자들의 자율에 맡기되, 점진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절충안으로 조율되는 분위기다. 세금 납부를 이웃사랑의 실천으로 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차기 정권으로 넘어간 종교인 과세 문제가 내년에 어떤 방향으로 풀려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교연 출범…연합기관 분열 가시화
올 한 해를 뜨겁게 달군 또 하나의 화제라면 단연 ‘연합기관의 분열’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의 도를 넘어서는 독단적 행보가 계속되면서 새로운 연합기구의 필요성이 자연스레 대두됐다. 그렇게 해서 지난 3월 ‘한국교회연합’이 출범했다.
이들이 처음 전면에 내세운 것은 ‘한기총 정상화’였다. 재림주 논란의 주인공인 장재형 목사와 전도총회(다락방)와의 교류, 홍재철 대표회장 선임 과정의 문제 등으로 불거진 한기총에 대한 불신은 소속 교단들의 대거 탈퇴로 이어지며 일대 분열을 몰고 왔다.
군소교단을 위시한 여러 교단들이 탈퇴 및 행정보류 등으로 한기총을 등지면서 두 기관의 희비는 극명하게 교차됐다. 한교연이 연합기관으로서 명실 공히 힘을 얻게 된 반면 한기총은 예전의 위상이 무력해질 정도로 맥이 빠졌다.
그러나 한기총은 예장합동과 기하성 여의도가 지지 세력으로 버티고 있어 대표성의 명분을 내세우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한교연은 사무총장 해임 건을 둘러싸고 내분설이 흘러나오고 있는데다, 본래의 창립 취지와 달리 한국교회의 분열에 힘을 보탰다는 비난도 없지 않다.
이들이 연합기관으로서의 귀감을 보여주지 못하고 계속해서 대립각만 세운다면 한국교회 전체의 연합과 일치는 요원해질 것이다. 새해에는 화해를 넘어서는 화합의 미덕을 보여주길 기대해 본다.
‘도 넘은’ 이단 논쟁…신천지 횡포도 극심
앞서 언급한 연합기관의 분열에는 이단 논쟁이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특히 지난 7월 한기총 실행위가 한장총 소속 이대위원 5명을 이단 옹호자로 규정한 것은 크게 논란이 됐다. 이에 앞서 지난 6월 한장총 이대위가 한기총과 교류하고 있는 J 목사에 대해 이단 판정을 내린 바 있어, 두 기관 사이에 날선 공방이 벌어졌다.
한교연도 바른신앙수호위원회를 통해 한국교회 대부분이 이단으로 규정한 목사들을 중심으로 이단 연구를 시작했다.
문제는 이들 연합기관들의 이단 논쟁이 이단에 대한 주의와 경계를 확산시키기 위함이라는 본래의 취지를 망각하고, 지나친 정죄로 논란을 확산시킨다는 데 있다. 충분한 검증을 거친 이단 판정이 아닌, 정치적 목적이 개입된 이단 매도가 도를 넘은 것. 권력의 이해관계 및 보복성 비난으로 얼룩진 이단 논쟁의 열기는 당분간 식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신천지의 공격적인 포교 활동으로 치른 곤혹도 만만치 않다. 은밀한 비방을 넘어서 적극적이고 노골적인 포교 전략을 선보였다. 최근 강북제일교회 사태를 통해, 일명 ‘산 옮기기’로 알려진 교회 통째로 먹기 수법이 대형교회에서 행해지고 있다는 게 밝혀지면서 충격을 안겨줬다.
각종 고소와 협박, 시위도 끊이지 않았다. 부산성시화운동본부장 최홍준 목사와 ‘신천지 OUT’ 캠페인을 진행한 CBS 관계자 등이 고소됐고, 극동방송 이사장 김장환 목사를 사칭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거리 시위와 댓글 비방도 계속됐다.
이에 교계도 적극적인 전략으로 맞섰다. 지난 2월 부산성시화운동본부는 ‘이단 신천지와의 전쟁 선포식’을 갖고, 전면 대응에 나설 것을 선언했다. 또한 CBS는 지난 7월, ‘한국교회를 살리자, 신천지 OUT’이라는 신천지 고발 웹사이트를 개설하는 한편 별도의 테스크포스팀을 구성해 신천지 척결 캠페인을 시작했다. 이단사이비 안내 책자 등을 통해 경계심을 확산시키는 교단들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이와 함께 신천지, JMS 등 이단사이비에서 활동하던 이들의 탈퇴 기자회견도 이단사이비의 폐해를 알리고 경각심을 고취시키는 데 한 몫을 했다는 평가다. 다양한 수법으로 접근하는 이단사이비의 횡포가 더욱 극심해질 전망인 가운데 성도들의 각별한 주의와 적극적 대처가 요청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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